- 등록일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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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 [이푸름 칼럼] 스크린 몰아주기와 소비 집중이 낳은 ‘산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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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푸름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강사 |
과거에도 지금도 극장에 가면 예매의 절반 이상을 단 한 편의 화제작이 차지하고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다고 불평하지만 정작 스크린은 특정 영화에 편중돼 돌아간다. 우리는 이를 한국 영화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온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 문제는 멀티플렉스가 자리 잡은 2005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6년 40% 가까이 스크린을 점유했던 ‘괴물’이 천만영화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개봉 스크린 수를 높이는 게 당연한 흥행공식으로 자리 잡았고, 매번 과도한 점유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우려’만 반복됐다.
필자 또한 2020년 한국 영화시장의 집중화 현상에 대한 논문에 참여하면서 이 문제를 검증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개봉한 흥행 100위권 영화를 분석했고, 그 결과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음을 확인했다. 흥행 10위권 영화의 전체 스크린 점유율은 2005년 21.4% 수준이었으나 2014년 이후에는 매년 50%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을 분기점으로 더욱 뚜렷해졌고, 2019년에는 65.4%를 독식했다.
당시 더욱 주목한 것은 관객 소비의 집중화였다. 흥행 100위 영화를 기준으로 흥행 10위 영화의 15년 평균 스크린 수 점유율은 18.5%였지만, 관객 수 점유율은 39.5%로 스크린 점유율의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05년부터 15년 동안 흥행 10위권 내에 한국과 미국만 존재한다는 것, 흥행 100위권으로 확장해도 공급 측면에서 기타 국가 작품이 9.3%에 불과했다는 것,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14개국 77편뿐이라는 것까지 더하면 더욱 심각하다. 결국 멀티플렉스가 전체 영화시장의 파이를 키웠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 차원에서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오직 한국과 할리우드 영화만이 살아남는 산업구조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데이터를 봐도 이런 집중화 현상은 여전하다. 2025년 기준 연간 관객 점유율을 살펴보면 흥행 10위는 42.4%, 흥행 100위는 91.3%였다. 주요 대작들이 등장한 올해(9월 21일 기준)의 경우 각각 66.5%, 95.7%까지 더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밖에 할 수 없다. 대기업의 투자·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수직적 통합 규제나 마이너리티 쿼터 도입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국가별 상황이 다르고 소비의 집중화까지 있기에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수익성 높은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내주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선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