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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한림을 꿈꾸는가?: 개교 38주년 기념 시상식 축사

등록일 :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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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한림을 꿈꾸는가?: 개교 38주년 기념 시상식 축사


 오늘, 존경하는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님, 정범모 전 한림대학교 총장님,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님, 서상원 총동문회장님, 교무위원,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을 모시고 개교 38주년 기념 시상식을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515일 개교기념일에는 코로나가 극심하여 우리가 모이지 못하였고, 오늘 학생들의 대동제 축제기간을 이용하여,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소수의 인사만 초청한 가운데, 한림대 발전에 기여한 분들을 기리기 위한 시상식을 열고 있습니다. 오늘의 행사는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써 한림대학교의 유·튜브(You-Tube)를 통하여 전 한림의 구성원과 동문들에게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시대변화의 한 단면이라고 하겠습니다. ·튜브를 시청하면서 이 행사에 참여하는 교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시청하시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친애하는 한림의 가족 여러분,

 저는 지난 515, 38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이하여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학 교육이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들과 앞으로 한림 교육이 나아갈 비전을 소상하게 피력한 바 있습니다.1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재앙이 발발하면 대학은 소극적으로 이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연구를 통하여 사회의 등불을 밝히는 연구 임무를 수행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중세 페스트 이후 르네상스 문화가 발흥하였고, 20세기 초 Spanish Flu 이후 미국에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제도가 창안되었다는 점도 팬데믹이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영향의 사례로서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Contact 사회로부터 Untact 사회로 전환하는 뉴-노멀 상태에서도 한림 교육은 학생 중심교육의 이념을 바탕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한림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필요성도 역설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학의 존재 가치를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점과 이를 위해 사회발전을 위한 대학의 더 큰 역할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의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하였습니다.

 그 이후 6개월이 흘러갔습니다. 당시의 기대와는 어긋나게,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질 않고 있습니다. “지구의 주인은 미생물과 식물인데, 세입자인 인간이 집주인 행세를 하다 일으킨 자연적 재앙이 코로나 사태라는 설명은 신기롭기만 합니다.2 초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하였을 때,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라는 명제가 흥미롭게 들렸습니다만,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에 처하여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의료시설의 미비로 코로나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에서 결과적으로 불공평이 더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더하여 선진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를 방역하는 데에 전 세계의 의료자원이 집중되는 관계로 후진국 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결핵이 다시 증가하여, 일 년에 무려 1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말라리아나 AIDS 같은 병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3 제가 이 자리에서 의학적인 사안을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반드시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평하지 않은 현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좋은 의도를 갖고 시도한 정책이 때때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에 비유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 괴리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책무가 아카데미아에 종사하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주장이 최근 대두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면 교육과 일자리 혁명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전망이 바로 그것입니다.4 구체적으로는, 대학과 같이 오랜 기간 지속하여 온 기관들은 사라지고, 일자리의 성격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가만히 살펴보면, 과거에 쌓아놓은 지식이 우리 주위에 넓게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학 시스템이 사라진다는 것이 새로운 주장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배움의 장소가 실제로 사라진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이해됩니다. 기업과 학교 등이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서로 연계되어 활동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또한,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닌,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하는 교육이 사회적으로 요구될 것이라는 주장이 핵심입니다. 정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한 마디로, 교육은 일생 내내 배워야 하는 것이며,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저한테는 과거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곳이 기존의 대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미래에 발생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여 찾는 곳이 미래의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렸습니다. 비록 해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도록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는 주장입니다. 학교와 기업과 사회가 한데 어우러지는 새로운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과거의 지식을 전달하면서 주입식으로 외우는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대학이 사색의 장소로 돌아와 진리를 탐구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계기가 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존경하는 한림 가족 여러분,

 그런데 가만히 검토해 보면, 사실 우리 한림은 이미 이런 시각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기존에 배운 과거의 지식을 공급자의 관점에서 교실에서 전달하는 것은 한림 교육의 핵심 기능이 아니라는 판단을 이미 내렸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학생 중심교육을 표방하면서, 지식전달보다는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한림대의 교육 목적으로 내세운 동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제의 학교를 지속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학교를 탄생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 우리의 체제를 스스로 변혁시키고 있습니다. 복수전공의 필수화, 다양한 융합전공의 도입, 스쿨 제도를 통한 다·학제적 교육과 연구의 진흥, 소속 변경 자유화를 통한 학생의 교육 선택권의 최대한 보장, 자유교양을 복수전공으로 간주한 인성교육의 심화 노력, 인트러뮤럴 스포츠 리그로 특징되는 캠퍼스 라이프 활성화를 통한 사회생활의 훈련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국내의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들의 기존 제도와는 완연하게 차별화되는 개혁과제들입니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의 희생과 헌신에 힘입어, 이제 정착단계에 도달한 한림 특유의 교육개혁 시도들입니다.

 이러한 혁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 상태에 머물지 않고 추가적으로 더 많은 혁신적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졸업 이수학점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교양과목의 경우, 무엇보다도 문·이과 구별을 실질적으로 없애고자 합니다.5 원칙적으로 인문·사회 계통의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수학이나 통계학의 기초를 터득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또한 이공계 전공자도 인문·사회의 기초적 소양은 갖추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개념인 융합은 바로 인문·사회 전공과 이·공계 전공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정보통신(IT) 분야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종사자의 상당수가 인문·사회 전공자이며, 세계 증권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월스트리트 종사자의 다수가 이·공계 전공자라는 점은 우리 교육계 책임자들이 자성해야 할 많은 숙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지금 우리 행사의 생중계에 사용되고 있는 YouTubeCEOSusan Wojcicki는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였고, Airbnb의 설립자 Brian Chesky는 순수 미술을, LinkedIn의 창업자 Reid Hoffman은 철학을,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Alibaba의 마윈 회장은 영어학을, SpaceXTesla로 세상을 놀라게 한 Elon Musk는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세계 최대의 컴퓨터회사인 Apple을 창업한 Steve Jobs는 컴퓨터에 관한 공학적 정규교육의 배경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합니다. 진정 인문·사회학과 이·공학을 아우르는 융합 교육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사례들이라고 사료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한림에서는 지금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수학과 통계학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 생활은 인생에서 지적 호기심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기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누구나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인생의 큰 질문 (Big Questions of Life)”을 포함하여 사색이 요구되는 과제에 대해서 고뇌하고 사색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과목을 다수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입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소프트웨어(SW) 코딩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지식도 가능한 한 모든 학생에게 제공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한림의 교직원
, 학생, 동문 여러분,

 물론 앞에서 설명한 큰 틀에서의 제도개혁이 중요합니다만, 교육은 개별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코로나로 교육격차(Educational Divide)가 커지는 현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림대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이 아무도 소외되거나 낙오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온라인강의의 확산은 낙오자나 소외자를 생산할 위험요소를 다분히 소지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갖고 있는 고민은, 비록 코로나 위험으로 교실강의 대신 온라인강의가 열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케어(care)는 매우 세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가 미숙한 상태에서 컴퓨터 등 공부하는 수단마저 열악하다면 학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기숙사에 입사한 학생들이나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에 대한 보살핌도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학교에 거주하는 이런 학생들에게 오프라인강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온라인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비록 코로나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불편의 소지는 다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더욱이 만일 온라인강의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오프라인강의보다 낮다고 평가된다면 현재의 학생들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불리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추가적으로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하여튼 학교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질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교육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에 못지않게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이므로 사려 깊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고교 졸업생 규모가 대학 입학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 10년 넘게 지속한 등록금 동결정책에 따른 대학재정의 악화,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악화에 기인한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지원율 감소추세 등,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대학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은 모두 역경뿐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국제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이번 기회에 학벌 사회의 폐습이나 과다한 정부 규제에 따른 대학 운영의 자율성 제약이 다소나마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말할 나위 없이, 우리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솔선수범해서 교육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면서 반드시 선진 일류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어려운 환경일수록 조직의 능력이 돋보이게 된다고 믿습니다.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철저한 내부적 혁신의 고통을 극복해야만 외부 여건 변화에 적응할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림 백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만이 해법이라고 판단합니다.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명문대학으로 한림이 우뚝 설 날까지 부단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윤대원 재단 이사장님, 맡은 소임에 헌신하는 교수와 직원, 학업과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 애교심이 가득한 동문, 그리고 한림의 명예를 드높인 오늘의 수상자 여러분의 리더십을 등에 업고, ‘선진 일류대학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을, 개교 38주년 기념 시상식에 즈음하여 우리 함께 굳게 다짐하고자 합니다.

 장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4일
총장  김 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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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중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 교육과 한림의 도전: 개교 38주년 기념사
2) 최재천, 창간 특집 지상 좌담, 강원일보 2020년 10월 23일
3) Mandavilli Apoorva, “The Biggest Monster is Spreading. And It’s not the Coronavirus.” Sept. 23, 2020, New York Times
4) Friedman Thomas, “After the Pandemic, a Revolution in Education and Work Awaits.” Oct. 20, 2020, New York Times
5) 지식사회를 대표하는 과학과 인문학이 두 상이한 문화로 구분된 현실이 세계적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 P. Snow, The Rede Lecture 1959, Cambridge University Press, New York 1961, 참조; 한편, 일본 Keidanren에서는 대학 교육에서 문·이과 구별 철폐를 주장, Society 5.0, Co-creating the Future, 20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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