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및 기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과 한림의 도전: 개교 38주년 기념사

등록일 : 2020-05-15

조회 : 1546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과 한림의 도전
: 개교 38주년 기념사


 한림대학교가 탄생 38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늘은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을 지닌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자 故 윤덕선(尹德善) 박사님의 숭고한 건학이념(建學理念)을 되새기면서, 그 실천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어제 이룩한 업적(業績), 현재 당면한 도전(挑戰), 내일 추진할 비전(Vision)에 대하여 내외귀빈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교수, 직원, 학생,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생일을 축하하고 미래를 다지는 개교기념식을 개최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Coronavirus Pandemic)’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라 함께 모이는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모두 한곳에 모이지는 못하지만, ‘교실강의’ 대신 ‘온라인강의’가 제공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한림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개교기념사를 이렇게 글월로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설립 이래 한림대학교를 훌륭하게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신 모든 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불과 40년도 되지 않은 역사를 지닌 학교가 국제적 권위를 지닌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평가에서 세계 550위권에 평가되었다는 지표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한림교육이 얼마나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는가를 알 수 있으며, 학교를 이끈 지도자들과 봉직한 분들의 혼신(渾身)의 노력 없이는 거둘 수 없는 업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또한, 그동안 한림이 배출한 45,000명에 달하는 우리 사회의 동량(棟樑)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한림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계신 지역사회의 유지 여러분들에게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교기념일을 맞이하여 한림의 교수, 직원,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총장의 소회(所懷)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한림 가족 여러분,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이전’과 확연하게 다른 시대적 양상을 띨 것이며, 코로나 이전 시대로의 회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 세기 전, 세계적으로 재앙(災殃)을 불러일으켰던 ‘Spanish Flu’에 비견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분석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 붕괴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전의 생산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못지않은 ‘경제 대침체’가 뒤따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이미 10여 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어서 ‘경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경제침체는 사회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학교육을 지원할 재정적 여력을 소진(消盡)시킬 것이므로, 고등교육기관 운영에도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무려 500~1,000개 정도의 고등교육기관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경제 대침체’로 사회의 취약계층(脆弱階層)이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를 더 불균등하게 상실하게 된다면 이는 사회적 불형평(不衡平)을 더욱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정 뿐 아니라 국가의 잠재능력을 훼손시킬 장기발전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위험이 클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층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18년 기준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 44.3%보다 월등히 높은 69.6%로, OECD 국가 중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구조는 학령인구의 지속적 증가추세 위에서 국민의 끊이지 않는 향학열(向學熱)에 연유한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이제는 그런 외부적 환경요인이 유지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올해에도 이미 대학입학자원이 대입정원보다 2만2천 명이나 더 적었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도 입학자원이 4만4천 명이나 추가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림대학교의 경우 비록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을 모든 전공에서 성공적으로 충원하였지만, 우수신입생 충원의 긴장도는 날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 대침체’는 우리 사회에서도 대학 구조조정 촉진을 더욱 가속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합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한림대학교도 다른 모든 대학과 같이, 이번 학기의 전 수업을 온라인강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는 실험·실습·실기 위주의 강의에 한하여,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조건 아래, 한정적으로 교실에서의 대면강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발 이전, 전체 강의 중 온라인강의의 비율은 우리 학교가 전국 평균인 1%보다는 높다고 하지만 4%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이런 환경에서 온라인강의를 일괄적으로 시도하였으므로 초기 단계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단기간 내에 적절하게 수습하였습니다만, 회고해 보니, 스마트캠퍼스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작년에 재단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혼란을 경험했을 것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사전에 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한 사례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사전적으로 무엇을 또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닥쳐올 앞날을 전망하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교육은 대면강의와 온라인강의가 혼합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교육(Hybrid Education)’의 비중이 현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여러 형태의 교육의 단순한 조합이 아닌 인공지능(AI)의 활용도 포함하는 종합적 신교육형태가 도입되어 교육의 질을 현격히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인맞춤형 적응형 학습 (Adaptive Learning)이 AI의 도움으로 효과를 내며,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의 기술이 교육현장에서 응용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반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효율적인 강의형태의 도입은 역설적으로 교실에서의 대면(Face to Face) 강의의 질적 변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식 전달 기능으로서의 대면강의의 효용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며, 대신에 학생들과의 토론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 학습능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에 더 큰 노력을 쏟게 될 것입니다. 즉, 학생들의 역량(Competence)을 함양하고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데 더 주력하게 된다는, 어찌 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의 교육개혁이 실현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코로나 사태가 교육영역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고, 이제 곧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교육 시대의 문을 활짝 여는 계기로도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한림의 교수, 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위기(危機)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불과 몇 달 전에 Pandemic이라는 전 지구적인 대참사가 다가오는 줄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우리들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소위 무엇이 문제인지조차도 모르는 상태(Unknown Unknowns)에 우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식사회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인은 설령 해답을 모르더라도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아는 상태(Known Unknowns)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코로나가 그 한계를 알려주었다고 봅니다. 아직도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며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한 지경입니다. 위기는 그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위기를 경험하게 될 때마다 ‘알기는 쉬우나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라는 생활철학보다는 “지난행이(知難行易), 아는 것이 어렵고 행하기가 쉽다”라는 손문(孫文)의 명언을 되새기게 됩니다. 물론 우리 자신을 겸허히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어쩌면 Academia가 다시 분발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몰랐다는 한계를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험적으로 볼 때, 이 난국도 결국은 Academia에 의하여 극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시 연구실에 불 밝힐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우수한 과학자만의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 예외 없이 모든 Academia 종사자들 나름대로 기여가 요구된다고 믿습니다. 중세 시대, 페스트 이후에 문예부흥(文藝復興)의 르네상스(Renaissance) 문화가 꽃을 피웠다는 것, Spanish Flu 이후에 미국에서 연구중심대학(Research University)이라는 개념이 태동(胎動) 되어 대학원교육이 확충되기 시작했다는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사회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Academia가 언제나 그 선봉에 섰었고, 그런 맥락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현 상황극복에 있어서 Academia 역할의 중요성은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변화의 방관자(傍觀者)가 아닌 주도자(主導者)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사회를 밝히는 연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이 코로나 때문에 소홀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이런 난관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맞서 나가겠다는 의연(毅然)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콘택트(Contact)로부터 언택트(Untact) 사회로, 남과는 일정 거리(Distance)를 유지하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면서, 재택근무와 나 홀로 사는 (Living Alone) 추세가 퍼져가는 현상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 풍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이런 추세의 변화에 긍정적 자세로 대응하고 신속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대학에서의 교육활동은 이미 강조한 대로 AI를 활용하는 Hybrid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위기 이후에는 대학의 연구능력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중세 르네상스 이전, 대학의 몰락을 초래한 현상이 당시 대학교육 변화가 기술발전의 영향을 간과하였고, 20세기 들어 등장한 세계적 대학들은 문과와 이과를 불문하고 연구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발전과 사회변혁을 향한 연구 활동에 중점을 두는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뉴·노멀(New Normal)’이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대두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주어진 근본적 책무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가 추구하는 ‘학생 중심교육’, 즉 우리가 배출하는 학생들이 사회적 수요에 명실상부하게 부응하는 교육을 우리가 제공하는 가의 여부를 계속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진정 사회를 이끄는 동량을 배출하는 기능을 확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뉴·노멀에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관건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교육·연구의 글로벌화 추세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재점검입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화 추세가 둔화하고 민족주의 추세가 번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제무역과 국제교류가 예전보다 위축되는 상황에서 외국 유학생의 유입과 교환학생 교류 등이 현저히 둔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변화추이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국제경쟁력(國際競爭力)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며, 이런 관점에서 교육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것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글로벌화에 뒤처진 상태에서 우리 대학의 글로벌화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이바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대학원 연구능력의 기반확충을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글로벌화와 교류확충을 위한 시스템의 재구축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난제를 여하히 극복해나가느냐가 우리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친애하는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많은 장애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유래(由來)되었고 또한 앞으로 어떻게 종료될 수 있으려는 지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올해 가을, 치료제나 백신(Vaccine)이 개발되기 이전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제2차 전염(2nd Wave)이 미국을 위시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료전문가의 전망이 우리의 앞날을 더욱 어둡고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불확실만이 유일한 확실”이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데에 Academia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대학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에 대하여 심각하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됩니다. 미국의 교육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 대학마다 수많은 학과를 두어야 하며, 대학은 왜 8개월만 여는지? 그리고 학문의 자유를 위해 만든 정년보장제가 종신고용으로 이용되어도 괜찮은지?” 등이 그 몇 가지 예입니다. 이미 미국의 미네르바(Minerva)대학과 같은 인터넷전용의 대학에서 고정캠퍼스도 없이, 전통적인 도서관시설도 구비 하지 않고, 교수들의 정년제도도 도입하지 않으면서, 입시에서 하버드(Harvard)대학에 비교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질문들은 우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차적으로는 기술이나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사회조직체로서의 대학이라는 기구가 변화해야 하는 상태에 처하여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어제에 머무르려고 하지 말고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변화의 관건은 대학사회에서 ‘뉴·노멀’ 트렌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지어 금번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만연(蔓延)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그 어느 사람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방안을 제시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을 평가할 사람도 또한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집단지성(集團知性)을 동원하여 몸을 굳히지 말고 일단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성공의 관건입니다. 변화의 이니셔티브를 잡는 모험지향적(冒險指向的)인 노력이 우리 구성원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일어날 때 우리는 진정 선진조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남이 아닌 내가 변할 때 진정한 조직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취약점은 보지 못하면서 남이나 조직의 미비점을 탓하는 데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이 앞서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복잡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수록, 기본에 충실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믿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대학의 가치(價値)’의 고귀함은 도전받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신념과 자부심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한림의 가치’를 정립해야 합니다. 한림이 남다른 ‘특유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인정을 받아야 Pandemic, 경제 대침체, 학령인구 격감, 대학진학률 감소와 같은 악재들이 쓰나미와 같이 일거에 몰려오더라도 한림의 존립은 위협받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림은 ‘학생 중심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한림 특유의 교육제도를 정립해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복수전공의 필수화 · 융합 전공의 도입 · 소속변경의 자유화 · 전문성 특화의 스쿨제도 운영 · 인트러뮤럴 리그를 위시한 캠퍼스 라이프의 활성화’ 등 다른 대학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한림 특유의 교육제도를 구축하였고, 전반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일류대학교만이 추구하고 있는 선진제도를 우리가 감히 시도한 것입니다. 모든 학과와 전공의 신입생을 인재들로서 충원하는 데 ‘학생 중심교육’전략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3년 정도 운영한 결과로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교육제도가 괄목할 성과를 나타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입학성적뿐 아니라 졸업 이후의 취업과 사회활동도 함께 살펴보아야 하므로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교육에 관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의 관건은 학교의 연구능력을 여하히 확충할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대학원 제도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내실화 성공 여부가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봅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부분적으로는 글로벌화와 연계되어 있는 과제로서, 우리가 비전으로 추구하고 있는 ‘선진 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중요한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고도 합니다. 당연히 추진했어야 할 개혁을 게을리하면 위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미루었던 개혁을 완수시키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때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구성원들이 뭉쳐서 힘을 합치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는 믿음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대학 본연의 사명인 교육·연구·봉사에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그 어느 하나에 반드시 ‘자기만의 부가가치(附加價値)’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반복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으므로, 이럼으로써 성공한 조직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전면적인 대면강의가 언제부터 가능할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히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와중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 있는 사색의 정원, 최신 시설로 꾸민 안락한 도서관,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된 품격있는 사색의 길, 인트러뮤럴 리그를 기다리는 새롭게 단장된 H-Stadium, 이 모든 것들이 신입생들과 모든 재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림은 내년에 ‘인공지능 융합학부’의 신설을 교육부로부터 최근 인가받았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Health-care와 Life-care 교육을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未來指向的) 전공 분야로서, 새 식구가 무려 60명이나 내년부터 늘게 되어 있고, 지금 그 학부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추진하느라 많은 교수와 직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학교는 살아 숨 쉬고 있으며,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이나 10년 후에 활성화될 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한 실용적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으며, 복수전공을 고려하면 많은 학생이 이 분야의 지식을 전공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38주년 개교기념사를 새로운 조직이 탄생한다는 기쁜 소식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예외적이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도약의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림의 모든 구성원과 한림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위기가 “위장된 기회”의 준말이라는 것을 실현해 보여드리겠습니다. 한림의 교수와 직원 그리고 동문이 ‘자기 자식을 꼭 보내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진정 한림의 교육은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받는다는 것이 저의 총장으로서의 교육철학입니다. 그 꿈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개교기념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Hallymer에게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5월 15일
한림대 총장 김 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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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Gita Gopinath, “The Great Lockdown: Worst Economic Downturn Since the Great Depression,” IMF Blog, April 14, 2020
ⅱ  Richard Vedder, “Why The Coronavirus Will Kill 500-1000 Colleges,” Forbes, April 7, 2020
ⅲ  “고등교육 공교육비, OECD 평균보다 낮아,” 대학저널, 2019 09 11
ⅳ  “대학정원 대비 입학자원 추정,” 교육부 (입학자원 추계 정책연구, 2017), 2018 04 11
ⅴ  Goldman Sachs, “How Coronavirus Is Reshaping Classroom Learning,” March 17, 2020
ⅵ  Jonathan Cole, “The Triumph of America’s Research University,” The Atlantic, September 20, 2016
ⅶ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인터넷이 ‘사회적 거리’를 줄여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도 있음.
     Kevin Rose, “The internet closes social distances,” The New York Times, March 19, 2020
ⅷ  Len Strazewski, “Harvard epidemiologist: Beware COVID-19’s second wave this fall,” Public Health, AMA May 8, 2020
ⅸ  Davenport, T and R. Kalakota, “The potential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healthcare,” Future Healthcare Journal 2019, vol 6 No.2: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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